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트래펄가 그룹이 지난 4~6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9.6%로 30%대까지 내려갔다. 집권 초기인 1~2월 지지율이 60% 초반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20%p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퀴니팩 대학이 지난 1~4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였다. 지난달 44%에서 4%p 하락했다.
주요 외신 매체들은 11일(현지 시각) 이를 계기로 ‘바이든의 고전(苦戰)’을 분석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놓았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고용 증가 둔화,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 등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지적은 매섭다. “지지자들이 (정권 교체 이후) 바뀐 것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지지자들이 (정부 정책을) 무조건 선의로 해석해주는 시기는 끝났고, 바이든 행정부에 ‘결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취임 9개월을 맞는 바이든의 지지율 추락 주요 원인으로는 우선 코로나 사태 장기화가 꼽힌다. 미국 내 확진자 수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줄다가 지난 7월 들어 백신 접종률 정체와 맞물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재유행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망자는 이미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 때 보다 많은 7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엔 하루 평균 확진자가 17만명까지 치솟으면서 미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팬데믹 피로’가 전 국민 사이에서 커지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견해도 악화되고 있다”며 “바이든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불만’의 덫에 갇혔다”고 했다.
집권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바이든의 주요 성과를 찾기 힘든 상황도 지지율 하락 요인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든 듯 보이다가 최근 저조한 일자리 수치 등으로 경제 낙관론이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어젠다인 총 4조7000억달러(약 5632조원) 규모의 인프라·복지 예산안 처리가 민주당 내부 갈등으로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주요 지지층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당내 진보파로 분류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 등은 공화당 반대에도 해당 법안 예산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 맨친, 키어스틴 시너마 상원의원 등 이른바 ‘중도파’는 공화당과의 합의를 위해 관련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당시 드러낸 외교·안보 정책 혼선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철군 당시를 연상시키는 미숙한 대응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CNN은 최근 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 출범으로 인한 프랑스의 반발 등 외교·안보 정책에서 잇따라 잡음이 나오는 데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간 내부 갈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 주요 관료들이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해 NSC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향후에도 이런 외교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힐은 “취임 1주년이 다가오면서 핵심 법안, 경제 상황, 코로나 대처 등 거의 모든 주제에서 바이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미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가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심판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지사 선거는 민주당 소속 테리 매컬리프 전 주지사와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후보가 맞붙는 양자 구도다. 현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선거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매컬리프 주지사는 영킨 후보를 3.5%p 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지난 8~9월 6~7%p에 달하던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CNN은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