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체 주식 중 미 상위 10% 부자들이 소유한 비율이 90%에 근접, 사상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뉴욕 증시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부(富)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CNBC 방송은 18일(현지시각)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신 자료를 인용, 올해 2분기 현재 미국의 상위 10% 부자들이 소유한 주식 비율이 89%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연준에 따르면 전체 주식 중 상위 10%가 소유한 비율은 20년 전인 2001년 77%에서 매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였다. 특히 2019년 84%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2020년 88%로 역대 최대 폭으로 뛰어올랐고, 올해 89%를 기록했다. 월가에선 “사실상 개인이 매수 가능한 주식은 상위 10% 부자가 다 가져갔다고 보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미국의 하위 90%가 가진 주식 비율은 20년 전 23%에서 올해 11%로 반 토막 났다.
CNBC는 “뉴욕 증시에만 수백만명의 새로운 투자자들이 신규 진입하고, ‘로빈후드(미 젊은층이 이용하는 무료 주식 거래 앱)’ 열풍이 일면서 일각에선 ‘증시의 민주화’를 기대했지만, 시장이 창출한 이익과 부는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위 10% 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4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하위 90% 미국인의 주식 가치는 33%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에야 주식시장에 뛰어든 젊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올라버린 가격 때문에 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한다. 또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한 이들은 단기간에 이익을 보기 위해 성급하게 자주 주식을 사고팔다 보니 전체 수익률이 낮았다는 분석도 있다. 가치주에 장기 투자를 하는 부자의 공식을 따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대 연구에 따르면 상위 10% 부자들은 94%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 중에서도 주식 비율이 2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민·중산층은 자산 비율에서 부동산이 36%로 가장 높았고 주식보단 안정적인 연금 수령 등에 의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1% 부자들로 좁혀보면 빈부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연준 통계에 따르면 2분기 현재 상위 1%의 총자산은 미국 전체 자산의 32%를 차지, 역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위 1% 부자들이 주식과 뮤추얼 펀드로 불린 자산은 6조5000억달러(약 7719조원)로, 같은 기간 하위 90% 미국인의 자산 증가분(1조2000억달러)보다 월등히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