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유명한 미국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CEO가 직장내 성희롱·성차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 주(州)가 정한 최소 수준으로 연봉을 삭감하는 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CNN방송 등 외신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비 코틱 블리자드 CE0의 지난해 연봉은 1억5460만 달러(약 1810억원).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그는 주법이 정한 최소 연봉인 6만2500달러(7300만원)만 받겠다며 이사회에 감봉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 성과에 따른 상여금과 주식 보상 수령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코틱이 이 같은 강수를 둔 건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사태로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판단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지난 7월 블리자드가 성차별적인 남성 위주 문화와 사내 성희롱을 방치해 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블리자드는 J 앨런 브랙 사장을 경질했고,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직원 20여명을 해고했다. 하지만 성희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간 거론되지 않은 성희롱 사건이 봇물 터지듯 폭로됐다.
지난 8월에는 그간 성차별적인 남성 위주의 사내 문화에 시달려 온 캘리포니아 어바인 본사 직원 100여명이 단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연방 정부도 블리자드를 본격 조사하고 나섰다. 블리자드는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제기한 소송에서 210억원이 넘는 피해자 보상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코틱 CEO를 소환해 별도 조사를 개시했다.
코틱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희롱·성차별 문화를 근절할 때까지 삭감된 연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과 성소수자 직원 채용을 50%까지 늘리고 성희롱·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직원을 보복한 관리자가 추가로 드러나면 즉시 해고하겠다고 했다.
블리자드는 일렉트로닉아츠(EA)와 함께 미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시에라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게임 개발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