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철강 관세 완화 조치를 설명하며, 미국과 EU가 중국산 “더러운 철강” 수입을 제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EU가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31일(현지 시각), 미국과 EU는 철강 관세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양측은 “미국은 선례에 기반한 물량의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32조 관세를 적용하지 않고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고, 유럽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련된 관세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 철·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고 유럽연합 국가들은 각종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외국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매겼다. “강력한 철강과 알루미늄 사업이 미국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에 따른 조치였다.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대신 추진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협상 타결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는 관세를 면제 받았지만, 유럽연합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들이 각종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대서양 철강 전쟁'이 이어져 왔다.
이 철강 전쟁의 휴전이 성립된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로마에서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탄소배출량을 감안한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 합의를 협상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합의로 중국 같은 나라에서 오는 ‘더러운 철강'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협력해 과잉 생산, 환경 오염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자연히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대서양 철강 휴전이 한국 철강업계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2018년 철강 관세 협상을 통해 25%의 232조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철강 수출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유럽산 철강 일부가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면 자연히 한국 철강의 경쟁력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