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0명 중 7명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NBC방송은 지난달 23~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이같이 답했다고 지난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사 대상자 중 공화당원의 93%, 무당파의 70%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동의했고, 민주당원도 48%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 순방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첫 질문은 “(대통령이) 여기 로마에서 ‘미국은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NBC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40%였다. ‘중립적’이란 응답은 12%, ‘부정적’이란 응답이 48%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8%였다. ‘중립’은 11%였고 ‘부정적’이란 응답이 50%였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2%로 지난 4월(53%)과 8월(49%) 조사 때보다 줄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로 4월(39%)과 8월(48%)보다 늘었다. 갤럽이 10월 1~19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2%로 나타났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 10월에 기록한 지지율 37%보다는 높은 것이지만, 1953년 이후 취임한 그 외의 다른 대통령들보다는 낮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9개월 만에 여론이 이처럼 악화한 것은 물류 대란이나 아프가니스탄 철군 같은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다, 야심 차게 제안한 대규모 인프라·복지 투자 법안이 민주당 내 반대로 발목 잡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별반 차이 나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트럼프 같다(Trump-like)”라고 표현하며, “사람들이 (바이든에게서) 무능과 혼란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