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북핵(北核) 고도화에 대응해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이를 용인할 것이란 취지의 주장이 2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또 제기됐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공약을 철회하고 한국이 한반도를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의 제니퍼 린드 교수와 대릴 프레스 교수도 지난달 7일 “한국은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 기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미 케이토(CATO) 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이날 외교·안보 전문 잡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약속 및 핵우산 공약이 미국에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국을 대신해 핵전쟁을 치르겠다고 약속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은 북한 체제를 끝내려는 시도에 대해선 언제든 미 본토 및 동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핵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미국의 핵우산 약속은 훨씬 더 위험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제공하고 있는 확장 억제(핵우산) 전략이 미 안보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밴도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는커녕 제한하는 것도 거부할 경우, 미국과 한국은 이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며 “(두 국가의 적응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핵 보유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핵무장을 통해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영국·프랑스·중국·인도·북한 등의 나라가 안보 문제를 앞세우면서 미국을 따라 잇따라 핵무장을 했다”며 “한국도 아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전 세계는 과거 ‘핵 클럽’에 가입했던 이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핵 보유’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제니퍼 린드 교수의 ‘한국 핵무장론’ 기고문이 나온 뒤 토비 돌턴 미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국장은 지난달 26일 안보 전문매체 ‘워온더록스’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한국 핵무장 주장에 반대했다. 돌턴 국장은 당시 “한국의 핵무기는 역내 안보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자 밴도 선임연구원이 돌턴 국장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밴도 선임연구원 등이 주장하는 한국 핵무장론은 아직은 미국에서 소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차원의 주장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주목해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