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신이 초밥 회사부터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미국에서) 초밥은(초밥 회사보다) 나중에 생겨났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일본 음식으로 알려진 생선 초밥(스시)이 미국에서 대중화돼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종교와 사업의 확장 방식을 결합한 독특한 한국의 ‘논란 많은 종교인’ 덕분이라며 이런 문장을 썼다.
바로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1980년대 미국 내 대형 수산물 유통업체 ‘트루 월드 푸드(True World Foods)’를 세운 뒤 스시 대중화에 성공,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날생선을 먹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미국인들의 입맛을 초밥에 열광하도록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NYT는 지난 7일 주말 매거진에서 ‘미국 초밥의 비화-어떻게 논란 많은 한국 종교가 회의 제국을 만들었나’는 기사를 게재했다.
1920년생인 문 전 총재는 통일교를 창립해 1970년대 미국으로 진출했는데, 당시 그를 따랐던 70여명의 추종자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NYT는 “당시 기독교와 불교, 유교, 샤머니즘 등을 섞은 한국의 유사 신흥 종교가 많았지만 통일교가 차별화된 것은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라고 했다.
문 전 총재와 일본 통일교 재단은1976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 36억달러를 투자하고 동시에 엄청난 일본인들의 맨파워를 이식했다. 문은 이중 다케시 야시로라는 일본 어부의 아들을 지명해 ‘투르 월드 푸드’를 세우게 했다.
문 전 총재는 1980년 당시 뉴욕시 맨해튼 중심부에 소유한 뉴요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이런 일본 신도이자 수산업 종사자들을 불러모아놓고 일명 ‘참치의 길’이란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세계의 굶주림과 식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세계가 스시를 사랑하게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문 전 총재의 딸은 NYT 인터뷰에서 “이 연설 이후 내 아버지의 역사는 이미 (스시 섭취를 통해)미국인들의 몸 안에 뿌리 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문 전 총재는 1000만달러를 들여 알래스카의 어선부터 생선 가공·유통 시설을 세웠으며, 신도들에게 종자돈 100달러씩을 쥐어준 뒤 미 50개 주로 흩어져 초밥 가게나 유통업체를 차리도록 했다. 그리고 직접 불시에 미 전역을 돌면서 신앙과 사업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루 월드 푸드’는 미국 내 17개 주와 영국·캐나다·일본·한국·스페인 등에 지부를 뒀고, 횟감 뿐 아니라 스시 도구, 장어 소스, 감귤, 찹쌀떡 아이스크림 등 초밥 요리사와 식당이 필요로 하는 모든 식자재를 독점하다시피 유통해왔다. 일본 자회사는 100만㎏이 넘는 활어를 미국에 수출한다. 이 회사는 미국 내 고급 초밥집의 70~80%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이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이른다.
NYT는 그러나 문 총재와 지도부가 미국 내에서 수산물 유통업을 하면서 탈세·탈루는 물론 성폭력과 신도 회유 등에 대한 폭로 등으로 수사를 받았고 가족 내 불화와 소송이 이어지는 등, 종교적 신비주의와 사업을 유착시킨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 됐다고 했다.
NYT는 “초밥은 벼 재배나 제철, 불교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일본의 것은 아니었다”며 중국, 동남아 등에서 처음 유래해 1000년이 지난 뒤에야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