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이며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당시 일했던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은 “(미·중 양국 중) 미국 쪽에 서지 않으면 동맹 관계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경고를 잇따라 내놨다.
최 차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의 동맹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 시기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베이징이나 도쿄에 가지 않고 워싱턴으로 왔다. 우리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할 때마다 함께 할 상대는 미국의 친구들”이라고도 했다. 그는 과거 교수 시절부터 “‘미국을 견제하면 어때’라는 담대한 세계관이 필요하다”며 강경 자주파 성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현 정권이 총력전을 벌이는 ‘종전 선언’ 협의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해 내놓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최 차관은 기조연설이 끝난 뒤 한국은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그들(중국)은 전략적인 파트너”라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 및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그 시장에서 오는 큰 수익의 혜택을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했고, “중국에서 오는 여러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도 했다. 이어 “(북한 문제에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그것이 우리 정책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은 최 차관의 중국 발언에 직설적이고 날선 반응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시아 정책을 주도했던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미) 동맹 관계가 계속되려면 우리(양국은) 정말 중국의 도전에 함께 정렬(alined)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 정부간 특별하면서도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에 대한 양국의 인식, 평가, 전략, 그리고 정책에 대해 조율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진짜로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한·미 동맹의 역할을 (한반도에서) 서서히 줄여나가고자 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메데이로스 전 보좌관은 “(최 차관이 기조 연설에서) ‘이제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중요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이 나올 줄 알았는데 북한이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담당했던 역임했던 랜들 슈라이버 전 차관보도 “어느 한 쪽은 무언가를 깊고도, 주요한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 동맹이 점차 약화(diminished and less relevant)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3자 안보 협의체) 신설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프랑스에 대해 충분하고 합당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