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차관협의회가 끝난 후 국무부에서 회견하고 있다. 당초 회견은 한미일 공동회견으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셔먼 부장관만 참석했다.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오후 2시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에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초 3국 차관이 모두 참석해 함께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각을 수 시간 앞두고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일본 측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날 독도를 방문했다고 거론하며 공동 회견 취소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홀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계속 해결해야 할 한·일 양자 간의 이견이 얼마쯤 있고 그 중 오늘의 회담과 무관한 한 사안 때문에 기자회견의 형식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셔먼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아주 건설적인 3자 협의를 했고 미국, 일본, 한국의 3각 협의가 왜 중요한지를 정확히 보여줬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한·미·일 삼각 협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워싱턴특파원단을 만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회견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최 차관은 “우리는 개최국인 미국이 단독 회견을 통해 한·미·일 차관협의의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한·미·일 차관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측이 3국 공동 기자회견을 고집하지 않고 단독 회견을 택한 것은 한·일 간에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부각된 시점에 공동 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한·일 차관 모두 강경하게 자국 입장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를 위해 워싱턴에 모인 3국이 미국 앞에서 언쟁을 벌이는 모양새가 되면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