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오는 2022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전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고려하는 게 있다”고 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지난달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 거리에서 시민들이 올림픽 홍보 배너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내년 2월 4일 개막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이 열리면 보통 외국 정상과 각국 고위급 대표단이 주최국을 방문해서 양자 회담 등을 한다. 그런데 이번엔 미 대표단을 일절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도 최근 ‘바이든 행정부, 조만간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과 어떤 행정부 관리들 모두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외교적 보이콧은 (경기 참여 등) 미국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었다.

앞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지난 5월 미국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중국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유럽에서도 의회가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홍콩, 티베트, 신장 위구르의 인권 상황을 검증 가능하도록 개선하지 않는다면 정부 대표단의 참석을 거부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고, 영국 하원도 같은 달 1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한다는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외교적 보이콧’이 실제 진행될 경우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종전(終戰) 선언 및 남북 정상회담을 계획 중인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로긴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이콧 결정을 내리더라도) 동맹국들에까지 보이콧을 압박하진 않고,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올림픽 보이콧 문제를) 동맹국과 논의하고 있고 계속 논의할 영역”이라고 했었다. 미국의 결정이 자연스럽게 동맹국들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보이콧을 하는데, 한국 정부가 대표단을 보낼 경우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한·미가 의견을 달리한다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