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뉴욕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왼쪽)과 그의 옛 연인인 영국 출신 지슬레인 맥스웰이 함께 하는 모습. 엡스타인은 10대 미성년자들을 성노리개로 부리며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특급 성범죄 용의자로, 2019년 수감 중 자살했다. 현재 맥스웰이 18개월간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조직적 미성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주변 인물과 피해자로부터 ‘엡스타인과 어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는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범죄 조력자인 지슬레인 맥스웰(59)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다.

재판 사흘째인 1일(현지시각) 엡스타인 고소인 20여명 중 한 명인 제인(가명)이란 여성은 검찰 신문에서 엡스타인에게 14세부터 수년간 가족 생활비를 받으면서 성폭력을 당한 정황을 진술하면서, “(1990년대)14세 때 엡스타인과 함께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 가서, 엡스타인의 소개로 트럼프를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가였으며, 마러라고는 그가 대통령 취임 후 겨울마다 휴가를 보내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 곳이다. 이날 뉴욕 검찰은 제인이 당시 트럼프를 만나 무슨 경험을 했는지 등은 재판정에선 질문하지 않았다.

성범죄자 엡스타인이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유했던 별장. 이곳에서 10대 소녀 수천명을 차례로 기거시키며 자신과 특급 고객들을 위한 성착취를 20여년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이 섬은 '로리타섬'이란 악명까지 얻었다. /트위터

전날엔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 조종사로 25년간 일한 래리 비소스키가 증인으로 출석,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영국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 전용기에 탑승했다”고 증언했다. 비소스키는 “트럼프가 가족과 함께 탔느냐”는 검사 질문엔 “그건 기억 안 나지만 트럼프는 분명히 기억한다”고 답했다.

엡스타인은 뉴욕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로, 2000년 전후로 수천명의 저소득층 10대 소녀들을 자택과 별장으로 유인해 성적으로 유린하면서 정·재계와 학계 유명 인사 등 특급 고객들에게 성접대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엡스타인이 2019년 맨해튼 교도소 수감 중 자살하면서, 현재 수사 칼날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조직을 구축한 맥스웰 주변인들로 향하고 있다.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문제돼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엔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의 제스 스테일리 최고경영자가 엡스타인 범죄 연루 의혹으로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