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직원들의 아이폰이 해킹돼 지난 몇 달간 내부 정보가 계속 유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해커들은 이스라엘 민간 IT 보안 기업 NSO가 개발한 ‘페가수스’라는 스파이웨어(spyware)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웨어는 스파이와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 휴대전화에서 정보를 몰래 빼가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동아프리카 담당 국무부 직원과 우간다 주재 공관 외교관 등 10여 명의 아이폰이 최근 해킹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해킹 공격은 (페가수스 기술을 이용해) 미국 관리들을 타깃으로 한 해킹 중 가장 광범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NSO의 상용 스파이웨어가 (미 정부에) 심각한 방첩 및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국제앰네스티 사이버보안팀이 페가수스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5만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공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 등 14명의 국가원수의 휴대전화도 포함돼 이후 각국 정보기관들이 페가수스를 이용해 정치인·언론인·시민운동가의 휴대전화를 몰래 들여다봤다는 의혹이 전 세계로 번졌다.
보통 스마트폰 해킹은 해커가 보낸 메시지의 링크를 클릭하면 스파이웨어가 설치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페가수스를 이용하면 해커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스파이웨어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해커들은 통화 및 문자 내역, 사진 등 모든 내부 파일을 엿볼 수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애플은 지난 9월 13일 전 세계적으로 긴급 보안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미 국무부 직원들의 아이폰 해킹으로 여전히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한편 세계 전역에서 미 외교관들과 정보 요원들이 ‘아바나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지만, 원인은 여전히 미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원인 모를 두통과 이명(耳鳴), 어지럼 등을 동반하는 증세다. 그간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정보·수사 기관들은 러시아 등 적성 국가가 ‘극초단파’를 이용해 미 관리들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합동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미 정보 당국들이 직접적인 증거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