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관이 1968년부터 50년 넘게 사용해온 현재의 광화문 청사를 53년 만에 떠난다. 서울 광화문에서 50년 넘게 자리하고 있던 주한 미국대사관이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자리로 이전하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서울시가 24일 밝혔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한 미국대사 지명을 하지 않고 있어 한·미 양국간 긴장이 촉발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BC방송은 이날 복수의 전·현직 행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은 왜 주한 대사가 없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두고 있다.

/자료=미 외교관협회(AFSA), WSJ 등

NBC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한국 대사 지명 지연으로 오랜 우방인 두 나라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게 복수의 전·현직 행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라고 했다. 한국의 한 전직 행정부 고위 관리는 “지난 몇 달 동안 (지명 지연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비판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인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장은 “한국 관리들은 미국 관리들과 여러 차례 이 문제를 거론해왔다”고 했다.

한국의 한 의회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아직도 주미대사가 지명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모욕감(insult)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고 NBC는 전했다.

특히 NBC는 한국의 이웃국가인 일본과 중국에는 이미 미국 대사가 지명됐다는 사실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베테랑 외교관인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과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을 각각 주중 미국대사와 주일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두 명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전직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후보조차 없이 일본과 중국에 후보자를 두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에 한국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NBC에 “미국의 대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거나 지명되지 않은 국가가 한국만 있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는 미국 정부가 따라야 할 과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일본과 중국의 대사가 결정됐다고 해서 과정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주한 미국대사가 곧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주한 미국대사의 공석과 한국인들의 우려에 대해 묻는 질문에 예고할 인사 발표는 없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1개월이 됐지만 미 해외 대사직 중 절반 이상이 ‘공석(空席)’인 상황이다. 공석인데도 대사 지명조차 아예 하지 않은 곳도 전체의 약 26%로, 전임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사 임명은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외교위에서 야당인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대러시아 강경파’인 상원 외교위 소속 테드 크루즈(텍사스) 의원은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연결되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 대한 미 정부의 제재를 요구하면서 인준 절차 진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한 의회 관계자는 “주한 미국 대사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공화당에 의해 (임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명자가 있는 것은 신뢰를 구축하고 한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헌신을 보여주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