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군 드론 오폭으로 숨진 아프가니스탄 희생자 유족들이 오폭 현장에 남아있는 차량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8월29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시내에서 발생한 드론 오폭으로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EPA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오바마 행정부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각지에서 벌여 온 ‘테러와의 전쟁’에서 드론 오폭(誤爆)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수천 명에 이른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NYT는 드론 폭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 사건 1300여건이 담긴 미 국방부의 비밀문서를 입수했다고 18일(현지 시각) 전했다. NYT는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민간인이 드론 오폭으로 사망해 왔다며, “미국 정부가 주장해 온 ‘정밀 폭격’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NYT는 “정찰기가 보내온 부정확한 영상이 치명적 오류를 낳기도 한다”며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의 오폭 사례를 들었다. 당시 미군은 폭탄을 싣고 가던 트럭을 드론으로 폭격했다고 밝혔지만, 트럭에는 한 가족 10명이 타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미군은 또 2015년 11월 이라크 라마디에서 남성 1명이 미확인 물체를 IS 진지로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드론으로 폭격했으나, 해당 물체는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어린아이의 시신이었던 것이 밝혀진 바 있다. 2017년 초에는 이라크 모술 서부의 민간인 거주지 와디 하자르에서 폭탄 공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판단된 자동차가 미군에 의해 폭격당했지만, 차에는 전투를 피해 이동하던 가족들이 타고 있었다.

미군이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드론 폭격을 해온 것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 지상군 투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이후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장에서 떨어져 드론을 활용하는 전술이 “역사상 가장 정밀한 공중전”이 될 거라며 민간인 사상자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NYT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등 각지에서 일어난 5만회 이상의 드론 공격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음이 이처럼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미군이 밝힌 민간인 사상자 수에 대해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보도에 대해 미 중동전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 빌 어반 대변인은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어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해서든, 확보된 정보에 대한 오독(誤讀)에 의해서든 실수를 하기 마련”이라며 “이런 피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고 모든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NYT는 “(미군이) 오폭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자를 처벌한 경우는 없었다”며 “오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불구가 돼 엄청난 비용이 드는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미군이 위로금을 준 경우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