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에 애플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애플’사가 성과가 높은 엔지니어 등 핵심 인재들에게 올 연말 최대 18만 달러(약 2억1300만원)의 보너스를 깜짝 지급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같은 라이벌 테크기업과의 스카우트 전쟁 속에서 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한다.

이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주 실리콘밸리 본사에 있는 디자인, 하드웨어, 특정 소프트웨어 및 운영팀 소속의 일부 엔지니어들에게 예정에 없던 보너스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로 지급하겠다고 알렸다고 한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일정 기간 더 근무하거나 일정 성과를 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회사가 직원에게 주는 주식이다. 다만 근무 기간이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주식 지급은 없던 일이 된다.

애플은 각 부서 인원 중 매니저들이 ‘고성과자'로 평가한 10~20%의 엔지니어들에게 5만 달러(약 5900만원)에서 18만 달러(약 2억1300만원)의 주식을 주는 대가로 4년을 더 근무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많은 엔지니어들이 8만 달러(약 9400만원), 10만 달러(약 1억1800만원), 12만 달러(약 1억4200만원) 규모의 RSU를 제안 받았다. 애플은 통상 직원들에게 기본급, 주식과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며 가끔씩 직원들에게 추가 현금 보너스를 줬지만 이런 큰 규모의 주식을 인센티브로 제시한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스카우트 전쟁을 벌여온 애플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 주가는 올해만 36% 상승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진행 중인 스카우트 전쟁에서 특히 애플에 위협적인 라이벌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모기업인 메타다. 메타는 최근 몇 달 간 애플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100여명을 스카우트했고, 애플도 메타의 핵심 직원을 스카우트했다고 알려져 있다. 애플과 메타는 모두 증강현실·가상현실 헤드셋과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고 앞으로 2년에 걸쳐 관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메타는 애플의 증강현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서의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다만 이번 보너스 지급 대상에서 누락된 애플사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고성과자 선정 과정이 임의적이란 불평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애플이 실리콘밸리의 다른 테크기업들보다 사무실 복귀를 서두르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직원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로 알려졌다. 애플이 당장 모든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테크기업들보다 엄격하게 사무실 근무를 요구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재택근무가 종료된 후 보통 직원들은 최소 주3일,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은 4~5일은 출근하라는 것이 애플의 방침인데, 메타나 다른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더 많이 허용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