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10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좌우할 제3차 전략안정대화를 연다. 이번 전략대화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될지, 전쟁으로 갈지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 시작된 전략대화는 본래 미·러 간 군축 협상장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새로운 안보 조약 체결을 미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제안했기 때문에 이번 전략대화는 예외적으로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놓은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8항으로 된 안보 조약 초안을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했다.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고, 미국이 구소련 국가에 군사기지를 두지 말라는 내용이다. 또 각자의 영토 밖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자는 내용도 담겼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신청을 거절하고, 우크라이나와 군사 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뜻이다.
미국·나토는 ‘나토 확장 금지’ 조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새 회원의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문호 개방은 1949년 북대서양 조약의 핵심 조항”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8일 기자들에게 “다른 나라가 누구와 동맹을 맺을지는 러시아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토의 문은 열려 있고 러시아든 누구든 그것을 닫을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의 선거 개입, 정적 암살, 군축 조약 위반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 미사일 배치와 나토 훈련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미사일 체계가 배치될 가능성에 위협을 느낀다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듯 미국은 그럴 의도가 없다”며 “러시아가 호혜적 약속을 하겠다면 합의에 이를 수도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럅코프 러시아 차관은 9일 “지난 며칠간 워싱턴과 브뤼셀에서 나온 반응에 실망했다”며 “우린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