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영향권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18일(현지 시각) 한 남성이 나란히 걸린 러시아 국기와 도네츠크 자치공화국기 아래로 걸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백악관이 “러시아가 언제든지(at any point)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고 18일(현지 시각) 밝혔다. 미국 국방부도 “러시아 측이 긴장을 완화하려 한다는 징후는 없다”면서 이를 뒷받침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과 가혹한 경제 제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직접 만나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연대 표현 및 전략 조율을 위해 18~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대군을 집결시켜서 이 위기를 조성했다”며 “최근에는 벨라루스와의 합동 훈련,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의 추가 훈련이란 명목으로 벨라루스에도 러시아군을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북쪽 국경을 에워싼 데 이어 키예프 바로 북쪽에 있는 벨라루스에도 합동 훈련을 이유로 병력을 이동시킨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분명히 말하자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제 러시아가 언제든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국무장관이 (러시아와의 외교를 통해) 하려는 것은 외교적 길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다. 가혹한 경제적 후과를 치를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인들의 선택”이라고 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상당히 많은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러시아 서부 및 우크라이나 동북쪽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긴장을 완화시키려 한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리 외교관들이 (지난 10일 미·러 회담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러시아가 호혜적 조치를 한다면 (나토군의) 훈련 규모와 폭을 바꾸는 것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우리는 계속해서 외교적 길을 추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실패해서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또 다시 침공할 때에 대해서도 대비가 되어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의 의도'를 묻는 질문에 그는 “무엇이 그를 이끄는지,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구체성과 정확성을 갖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병력 증강은 확실히 그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었다. 그가 무엇을 선택할지 지금 아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커비 대변인은 “물론 우리는 그가 긴장 완화의 길을 선택하기를 원하고 가장 쉬운 방법은 병력을 철수시키는 것이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출발하기 전 언론에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를 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완정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공약을 강조하고 유럽의 안보 논의는 반드시 나토 동맹 및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아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 확장 금지를 포함한 러시아의 안보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다시 주장한 것으로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와의 통화 직후인 이날 오후 워싱턴DC를 떠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출발했다. 블링컨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완정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국무부가 전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은 20일 독일 베를린에 가서 독일 정부 및 대서양 쿼드(독, 영, 프)와 협의를 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단합된 반응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초읽기 외교’가 시작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의 독일행은 러시아와 독일 북부를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관련 논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은 노르트 스트림2를 대러 제재의 한 가지 옵션으로 고려해 왔다. 독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미 완공된 노르트 스트림2를 개통하지 않겠다며 지난해 최종 승인 절차를 중단시켰다. 이날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치러야 할 비싼 대가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침공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트 스트림2의 중단이 가능하다고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