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소 4명의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인사를 겨냥한 자산 동결 조치를 발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정부가 제재할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며 활동했던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지난 16일 러시아가 소셜미디어 등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하는 허위 거짓 정보를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런 활동과 관련된 인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를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SWIFT 통신망은 각국 금융기관이 8자리 또는 11자리의 코드를 이용해 국제금융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 주요 은행과 금융회사 1만1000여 곳이 이용 중이다. 이 시스템 접속이 차단되면 국제금융거래망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도 우크라이나 지역 긴장 고조로 양국이 갈등을 빚다가 이 같은 제재 방안이 거론됐었다. 당시 러시아 측은 ‘전쟁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했었다.

미·러는 양국 공관의 외교 인력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18일 주러 미 대사관의 부대사 바트 고먼의 개인 요리사로 일해온 미셸 미칼렌코가 16년 만에 비자가 취소돼 러시아를 떠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러시아 정부는 대사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러시아를 떠나라고 미 대사관 측에 통보한 바 있다. 미칼렌코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양국 간) 긴장 고조로 인해 러시아가 대사관 내 다른 외교관, 하청 직원들과 함께 이 나라(러시아)를 떠나야 하는 목록에 나를 올렸다”며 “내가 일하던 부엌을 떠난 것은 이제껏 겪은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썼다. 더힐은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의 ‘위장(Stomach)’을 타깃으로 한 ‘음식 전쟁(food fight)’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미 정부는 작년 8월 러시아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 182명을 해고했다. 러시아가 같은 해 5월 미국을 ‘비(非)우호 국가’ 명단에 올린 뒤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에서 미국인이 아닌 사람은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다”고 한 데 따른 대응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