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 주도로 대북 제재 확대를 시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저지로 무산됐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를 거론하고 나온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최소한의 제재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오후(현지시각) 유엔 안보리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미국과 유럽은 최근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을 안보리 제재 대상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지만, 중국이 이 제안의 채택을 연기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 재무부가 지난 12일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국방과학원 소속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자로도 지정,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는 추가 제재안을 1718위원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 제출했다.
이 제안은 이날 오후(미 동부시각)까지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반대가 없다면 자동으로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돌연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보류를 요청했다. 이어 러시아도 미국의 대북 제재안에 보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유엔 무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보류 요청’은 통상 거부 의사로 해석돼왔다.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보류 요청은 안보리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왔다. 회의에서 안건을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를 통해서만 의사 결정을 한다. 유엔 규정상 중국과 러시아의 요청으로 추가 제재안은 6개월간 보류되며, 이후 다른 이사국이 요청하면 보류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는 물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안보리 회의 직전 미국과 프랑스, 영국, 아랍에미리트, 아일랜드 등 안보리 이사국과 일본의 유엔 대사들은 공동성명을 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규탄하는 데 모든 이사국이 단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또 이날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의 잇딴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태롭게 하면서 역내 국가들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에게 그들의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