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달 초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데 이어, 돼지 신장(腎臟)을 뇌사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장기 기증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새로운 해결책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대 의료진은 이날 미국이식학회저널(AJT)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짐 파슨스(57)의 신장을 제거한 뒤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이식 수술 23분 만에 파슨스 몸에서 돼지 신장을 거쳐 소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후 77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이식 과정에서 신장 한 개가 손상돼 기능이 약해졌지만, 인체 거부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 파슨스가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그의 혈액에서 돼지 세포가 검출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파슨스는 수술 3일째 혈액 응고 장애로 과다 출혈이 발생해 숨졌다. 이번 수술을 이끈 앨라배마대 제이미 로크 박사는 “장기 부족 사태에 대해 우리는 진정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실험이 앞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장기이식 수술 4만1000여 건이 이뤄졌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10만명 이상으로, 매년 6000여 명이 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특히 신장 이식 대기자의 경우 매일 1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미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뉴욕대 랑곤 헬스 의료센터 연구진이 돼지 신장을 사람의 체외(體外) 혈관에 임시 부착하는 수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