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대사령관이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미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이 대북 억지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0일(현지 시각)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이 최근 미 국방산업협회(NDIA)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소규모 훈련을 여러 개 진행한다고 대규모 훈련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은 매우 효과적인 억지력을 보여준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버거 사령관은 “소규모 훈련은 작은 규모의 하위 전술 부대 지휘관들이 집중해야 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규모 훈련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한미 당국은 오는 3월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을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코로나 확산 등을 이유로 4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김여정이 담화 등으로 불만을 드러내자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하고 한미 연합 훈련도 축소해 ‘대북 저자세’ 논란이 일어왔다.
버거 사령관은 “5개의 소규모 훈련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며 “고위급 장교들이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잘한 훈련이 아닌 대규모 연합훈련을 시행해 북한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취지다.
버거 사령관은 “억제력이 적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을 뒷받침한다면, 우리는 일정한 빈도로 대규모 훈련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가 역량을 갖고 있고 그것이 믿을 만하다는 점을 잠재적인 적들에게 매우 분명히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버거 사령관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는 믿을만한 억지력이 아니다”라며 “적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훈련이 매우 효과적인 억지력”이라고 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한·미 주요 연합훈련인 2021년 8월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은 실기동 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훈련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가상 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VOA는 “(한국 상황과 달리) 미·일은 육해공 전 영역에서 실기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앞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합동 지휘소 훈련인 ‘킨 엣지 2022′ 훈련을 수행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군 해병대 병력 약 3천 명과 FA 18 전투기, 일본 육상자위대 병력 약 1천 400명이 참가한 ‘레졸루트 드래곤’ 훈련을 실시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