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정점에 달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노출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몇 주간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인근 러시아 군의 움직임, 모스크바의 침공 계획, 러시아 군 당국 내부 분위기 등을 실시간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이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알기 힘든 정보로, 미 정보 당국이 동원돼 획득한 정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달 20일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기 전에도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정상들과 유럽이사회, 유럽위원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 수장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침공일을 2월 16일로 못 박아 제시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공격하는 가짜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할 계획을 세운 증거를 미국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별도 브리핑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NYT는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 행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군사 기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기밀이) 정보 당국의 정보 수집 및 평가 직후에 공개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계획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이들의 작전을 방해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에게 침략에 따른 경제·정치·인적 비용을 재고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에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DNI) 국장, 윌리엄 번스 CIA(중앙정보국) 국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훼방을 놓기 위해 역으로 그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라고 한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강제 병합했을 당시 정보 당국은 자신들이 입수한 정보를 외부로 공유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한다. 러시아의 움직임 등을 자신들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 공식 매체 뿐만 아니라 비밀 기관들까지 동원해 각종 선전전을 벌여왔다. 군사 활동과 더불어 사이버 공작 전쟁도 벌였다. 당시 미 행정부는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에 속수무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림반도 병합 당시인 2014년 2월 뒤에야 군번과 계급장 없는 녹색 군복 차림의 ‘리틀 그린맨’(Little Green Man)이라고 불린 복면 쓴 무리들이 크림 반도 정부 청사를 점령하기 시작했을 때 러시아는 “그들은 현지에서 주도한 친(親)러시아 봉기의 일부”라고 했었다. 병합이 끝난 뒤에야 이들이 러시아가 투입한 민병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러시아주재 미 대사였던 마이클 맥파울은 NYT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을 세상에 알렸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과거 실수들을 연구해왔다.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미국 정보 당국자는 “(우크라 일대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이를 공개해 전 세계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정부가 어떻게 그 정보를 수집했는 지 등을 노출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군의 움직임에 대해 계속 브리핑을 통해 밝히면서도 정보 출처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