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메이드 인 코리아’네!”
한국이 오미크론 변이 폭증세 속에 코로나 신속 자가진단키트 공급 부족으로 대란을 겪는 가운데, 미국에선 지난 연말 수출 계약을 맺고 들여온 한국산 진단키트가 연방 정부 지원으로 대량 무상 공급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코로나 신속 자가진단키트 4개 들이 1상자를 미국 집으로 배달받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부터 미국 내 거주민에게 무상 공급한 10억 개 정부 물량의 일부다. 지난달 18일 연방정부가 관련 웹사이트를 개통한 첫날 신청해 꼭 4주 만에 받았다.
키트 상자 전면에는 ‘미국 제약사 로슈가 공급했고, 식품의약국(FDA) 긴급 승인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뒤집어 뒷면을 보니 제조사는 한국 기업인 ‘SD 바이오센서’였다. 제조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이다. 키트별 포장에도 ‘SD바이오센서 제조’로 표기돼 있다.
미국 내에 무상 공급되고 있는 진단키트 10억 개는 대략 미국산과 한국산, 중국산 등으로 분류된다. 미국산 중에는 한국 기업 셀트리온 등이 위탁 생산한 물량이 많다. 미국 시민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키트를 받으면 매우 기뻐한다. KF94 마스크 등 한국산 보건·방역용품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가진단키트를 받아든 일부 한국 교민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미국에선 이미 오미크론 확산세가 확연히 꺾여 키트 수요가 줄었지만, 고국에선 뒤늦게 오미크론이 확산하며 검사키트 품귀로 대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검사키트 무상 배포를 결정한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은 미국에서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달해 하루 확진자가 80만명을 넘어 진단키트가 시중에서 증발하다시피 한 시기였다. 하지만 오랜 배송 기간을 거쳐 막상 키트를 받기 시작한 현재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감한 상태다. 뉴욕·캘리포니아·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를 비롯한 여러 주가 실내 업장과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속속 철회하고 있다. 뉴욕에 사는 한 50대 교민은 “한국 가족들은 검사키트를 못 구해 난리라는데, 여기에서 확보한 한국산 키트를 모아 한국으로 부칠까 고민 중”이라며 “이런 난센스가 어딨느냐”고 말했다.
한국은 자가진단키트 품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수출 통제에 돌입했다. SD 바이오센서와 셀트리온, 휴마시스, 래피젠 등 한국 키트 제조사들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정부와 수출 계약을 맺고 수억 개를 미국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