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찰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최근 지중해 상공에서 약 1.5m 간격을 두고 위험하게 근접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대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측의 군사적 신경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미국 국방부는 16일(현지 시각) “지난 11~12일 지중해 상공에서 미 해군해상 초계기의 비행 경로를 러시아 전투기가 가로질러 가며 양측 항공기가 위험하게 근접 비행한 사건이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0년 5월 26일 2대의 러시아 전투가가 지중해 상공에서 미국 6함대 초계기에 근접 비행하고 있는 모습니다. /미 해군

미국 국방부는 16일(현지 시각) “지난 11~12일 지중해 상공에서 미 해군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의 비행경로를 러시아 SU-35 전투기가 가로질러 가며 양측 항공기가 위험하게 근접 비행한 사건이 3차례 발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중 한 번은 기체 사이 거리가 5피트(약 1.5m)도 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건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된 지난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일이 오판과 실수로 이어져 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러시아 당국자에게 외교 경로로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한 친러 반군 세력 중 하나인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1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사인 스푸트니크 통신과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LPR은 “이날 새벽 4시 30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박격포와 유탄발사기를 동원해 4차례 공격했다”며 “이는 양자 간 휴전 협정(민스크 협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LPR은 정확한 장소와 피해 규모 등은 “확인 중”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대전차 무기 시찰하는 우크라 대통령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에서 셋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북부 리브네에서 진행한 러시아 침공 대비 군사훈련을 시찰하며 대전차 공격용 화기(NLAW)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은 미국 정보 당국 등에서 러시아의 침공일로 거론했던 날로, 젤렌스키 대통령은‘단결의 날’로 지정해 전국에서 국기 게양 등 애국심 고취 행사를 진행하도록 독려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러시아 규탄 집회가 열렸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포격을 가한 것은 반군”이라며 “반군이 루간스크의 마을을 포격해 유치원 건물 등이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PR은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응사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로이터 등 서방 매체는 “침공 구실을 얻으려는 (러시아 측) 자작극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자국 병력의 철수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며 군사 장비를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유리 필라토프 아일랜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3~4주 뒤 러시아 서부 지역(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된 부대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벨라루스에서 연합 훈련 중인 병력도 훈련이 끝나는 20일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병력 철수 주장은 거짓”이라며 “오히려 16일 하루 병력이 7000명 더 늘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그들이 더 많은 군용기를 동원하고, 심지어 혈액을 비축하는 것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평소 53개이던 접경 지역의 러시아 대대전술단(BTG)이 현재 87개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