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지역에 ‘평화유지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하도록 21일(현지 시각) 명령한 가운데, 미 정부는 러시아군이 이르면 21일 밤(현지 시각·한국 시각으로는 22일 오전 중)이나 22일 중 돈바스 지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CNN이 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 진입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곧바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연설 모습이 백악관 브리핑룸 카메라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늘 자신의 군대를 배치하는 것이 단지 러시아의 안보에 관한 연설이 아니라 주권적이고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몇 시간 동안,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관찰하고 평가할 것이고 우리는 러시아의 어떠한 행동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푸틴이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인 돈바스 지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을 발표한 데 대해 “예상한 일”이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곧 대러 제재 조치를 시행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NR) 지역에 대한 미국인들의 새로운 투자, 무역,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어 “러시아의 노골적인 국제 약속 위반과 관련된 추가적인 (제재) 조치들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고위 당국자는 ‘(추가 제재와 관련) 러시아가 침공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몇 시간, 며칠 동안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면밀히 관찰할 것이며, 그들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대응이 측정될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 행정명령이 나왔듯이 우리는 그 이후 조치 등 여부에 대해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평화유지 활동’ 명목으로 돈바스 지역에 군대 진입을 지시한 데 대해선 “러시아는 이전에도 돈바스 지역에 8년간 주둔해왔다”며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주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침공이라고 규정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주둔해 왔다”며 “러시아는 이제야 (돈바스 주둔에 대한) 공개 인정을 한 것이지만 이런 상황은 지난 2014년부터 계속돼 왔다”고도 했다. ‘정확한 침공의 단계는 어디인가’ 등의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푸틴 대통령의 정상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회담이 성사되려면) 러시아가 침공을 안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