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을 지시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대국민 연설을 갖고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이날 발표된 여러 금융 제재를 두고 “우리는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논의해 하루도 안돼 우리의 첫 번째 제재를 발표했다”고 했다. 러시아를 타깃으로 한 제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를 거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은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외교부도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었지만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비롯해 군사적 조치에 대한 우려나 규탄 등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대형 금융 기관 두 곳에 완전한 제재를 시행한다”라며 VEB와 군사 은행을 그 대상으로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서방 자금 조달로부터 러시아를 차단한다는 의미”라며 “러시아는 더는 서방으로부터 돈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시장 또는 유럽 시장에서 신규 국채로 거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내일부터 향후 며칠 동안 우리는 러시아 엘리트와 그 가족 구성원에게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도 했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노르트 스트림2′ 중단도 포함됐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메시지는 없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수출 통제 제재와 관련해 한국에 제재 동참 및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은 지난 12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러시아의 도발에 신속하고 단합된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날 ‘바이든, 전례 없는 러시아 제재 계획에 아시아 파트너들 참여 요청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 위한 계획으로 싱가포르, 일본, 대만의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도 한국이 빠진 것이다. 기사에선 미국이 준비 중인 수출 통제 제재안 내용을 한국에 설명했는지, 한국의 반응이 무엇이었는지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