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존 파이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은 22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군 공화국 2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invasion)’이라고 규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공식 승인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푸틴의 발표 직후 DPR과 LPR 지역에 신규 투자와 무역,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경제제재를 본격화했다./크렘린궁·백악관/로이터 연합뉴스

전날 바이든 행정부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 진입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곧바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었다. 미국과 서방은 그동안 러시아가 이 두 반군 지역을 국가로 승인하면, 이는 갈등을 대대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신속하고 단호한 제재”를 경고했었지만 전날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제재를 내놓지도 않았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수세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입장을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이날 CNN과 MSNBC 방송 등에 잇따라 출연해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분리주의 지역에 군대를 파병한 것을 두고 “우리는 이것을 침공의 시작으로 본다”며 “우리의 반응은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백악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침공은 침공이고, 그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이보다 더 어떻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만 해도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는 이전에도 돈바스 지역에 8년간 주둔해왔다”며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주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침공이라고 규정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이날 파이너 부보좌관은 이날 중 백악관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행동은 외교적 해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전쟁으로 한층 향하는 길이라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독일이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낸 직후 이후 트위터 글을 올리고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독일과 함께 노르트 스트림-2가 진전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지난밤 독일과 긴밀하게 협의했고, 이 같은 발표를 환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