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4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대러 전면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BIS는 “오늘 발표된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산 품목은 물론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도 등을 이용해 생산한 외국산 품목까지 포함하는, 단일 국가를 타깃으로 한 가장 포괄적 제재 조치”라고 했다.
BIS는 중국 기업 화웨이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이번 대러 제재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함께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독자 수출 통제 여부와 별개로 영향을 받게 됐다.
BIS는 “러시아가 공격적인 군사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다른 품목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며 “국방, 항공우주, 해양 분야를 주로 겨냥했다”고 했다. 제재 품목으로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BIS는 이번 제재 조치를 두고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협력한 것이고, 이들 국가가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뒤늦게 제재 동참을 밝힌 한국은 이번에 빠졌다. 이어 BIS는 “더 많은 나라가 수출 통제 정책과 요건에 맞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위험이지만 전 세계 민주주의에도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은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의 군사력을 지원하는 제품,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한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도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착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5가지 제재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선 러시아의 금융 시장의 70%와 주요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와 최첨단 소프트웨어 등 중요 핵심 기술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제한하고, 러시아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기와 항공 장비 판매도 금지한다.
EU는 러시아가 정유 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석유 부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러시아 외교관과 사업가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