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월 27일 일요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국영TV를 통해 나토 지도자들의 공격적인 성명 및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이유로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에게 러시아군 억지력(핵무기 부대)의 최고 경계 태세 돌입을 명령했다. /로이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핵억지력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을 두고 “푸틴 대통령이 추가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만들어내는 등 이번 충돌 과정 내내 보여온 패턴”이라며 “또 하나의 전쟁확대 행위이자 완전히 불필요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2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사키 대변인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핵억제력 강화 지시는) 정당한 이유없는 전쟁확대 행위이자 ‘만들어낸 위협’의 일환”이라며 “국제사회와 미국인들은 이 프리즘을 통해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혀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번 전쟁을 계속 확대시키고 있다”고 했다.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잇따르자 이날 TV연설을 통해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했었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말한다.

그는 연설에서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할 뿐 아니라 나토 회원국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등 대러 압박에 나선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사키 대변인은 아직 부과되지 않은 대러 에너지 제제 여부에 대한 질문엔 “모든 것은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고 했다. 이어 “현 사태는 미국이 국내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석유와 가스를 넘어 에너지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국 등이 대러 에너지 제재를 시행한다면 러시아 경제에 대한 타격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이라 에너지 부문 제재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