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 전직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 시각)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러시아의 침공에 침묵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처럼 대만을 침공하지 말라는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2022년 2월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회담을 가진 뒤 에너지·금융·우주 등 15개 분야 협정을 맺고 준동맹 수준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로이터는 이날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 메건 오설리번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대만을 방문하기 위해 이날 미국에서 출발한다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 측근으로 초대 국방장관으로도 거론됐었다.

이와 함께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했던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 등도 동행한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대만에 도착해 2일 저녁까지 머물면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추궈정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공약에 대한 중요한 신호이며 대만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폭넓은 약속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모든 노력을 서태평양 평화·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 국민의 안보 또는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을 위태롭게 하는 무력이나 기타 형태의 강압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방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향후 대만 침공 도발 시 미국의 반응을 추론할 수 있다고 보고 현 상황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두 사람 모두 역사적·지리적 밀접한 관계를 내세워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자결권과 민주주의를 깨트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촉발하지 않을까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이 우크라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대만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칭화대 산하 카네기칭화센터의 자오퉁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러시아의 전략을 이전부터 참고해왔다”고 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적으로 양안 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론 “우크라 사태와 대만 문제는 별개”라고 밝히고 있다.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서 “대만 민진당 정권이 최근 미국 등 서방 여론에 동조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중국의 대(對)대만 군사 위협을 악의적으로 과장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른 이번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작년 4월 이후 약 11개월만이다. 당시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 제임스 스타인버그 등 3명이 비공식 대표단을 구성해 대만을 방문했었다.

정부 대표단 외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별개로 오는 2~5일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