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 주요 지역에 대해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 악시오스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할 경우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격투기와 직접 교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고,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곤란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이에게 무슨 죄가… - 2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의 시립병원에서 구급대원이 구급차로 실려온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동안 아버지가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주택가 포격으로 다친 이 소녀는 끝내 숨을 거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러시아 침공 이후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민간인 35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악시오스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모를 통해 (악시오스에) 성명을 보내왔다”며 성명 내용을 소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중앙은행 거래를 끊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등의 (서방 국가들의) 제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다만 이렇게 한다면(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훨씬 적은 피로 침략자를 물리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는 침략자를 물리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전 세계에 증명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의 동맹국들도 그들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 요청은 사실상 미군의 ‘직접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 미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행금지 구역이 설정되면 인도적 목적 항공기 외에는 비행이 원천 금지된다. 러시아 전투기 등이 우크라 영공을 침범할 경우 미군이 이들을 격추시켜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요청에 대한 질문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위해) 요구되는 건 미군의 이행”이라며 “이는 근본적으로 미군이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비행기를 격추시킬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태세’ 등을 언급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미 정부는 이에 맞대응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키 대변인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러시아와 군사적 충돌을 빚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상이나 영공으로 (병력을) 이동할 의도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통제 불능 상태가 돼 전면적 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앞서 미 공화당 일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청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민주·공화 양쪽에서 비판이 나왔었다. 아담 킨징어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트위터 글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양당 의원들은 “이는 미국을 러시아와의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이고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비판 의견을 잇따라 내놨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