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가진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푸틴은 지독하게 오판했다”며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재벌)와 부패한 지도자들의 범죄를 수사해 그들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고, 모든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진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두교서에서 ‘경제’를 강조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교’ 문제가 먼저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는 언제나 독재에 맞서 승리를 거둔다는 확고한 결의”를 강조하며 “이 시대의 역사가 씌어질 때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약하게 만들고 나머지 세계를 강하게 만든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들”이 단합돼 있다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 캐나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스위스까지 많은 나라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한국’을 언급했다.
연설 초반부터 바이든 대통령은 “엿새 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은 자신의 위협적 방식에 굽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유 세계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려고 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그(푸틴)는 지독하게 오판했다. 그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굴러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세계가 나가 떨어질 줄 알았다”면서 “대신 그는 전혀 예상하거나 상상해 본 적 없는 ‘힘의 벽’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용기를 칭찬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가 오늘 여기 퍼스트 레이디와 함께 앉아 있다”며 부인 질 바이든 여사 곁에 앉은 옥사나 마르카로바 대사를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늘밤 본회의장에 있는 우리 모두 일어서서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자”고 말하자, 의원들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많은 의원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표시로 우크라이나 국기와 같은 파란색,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미국민은 우크라이나인과 함께 한다”고 했다. 질 여사 곁에 선 마르카로바 대사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채 가슴 부근에 손을 얹어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거짓말에 진실로 대응했다”며 “이제 그(푸틴)가 행동을 취했고 자유 세계가 그의 책임을 묻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나는 이 폭력적인 (푸틴)정권에서 수십 억 달러를 축재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재벌)들과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말하겠다. ‘더 이상은 안 된다(no more)’”고 했다. 연두교서가 이뤄진 하원 본회의장 안이 박수로 가득찼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법무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의 범죄를 추적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럽 동맹들이 그들의 요트, 호화 아파트, 전용기를 찾아내는 데 합세할 것”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를 더 고립시키고 러시아 경제에 더 부담을 주도록 모든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진입을 발표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이 단합돼 있다며 “푸틴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에서 고립돼 있다”고 말하자 연설 현장에서는 다시 박수가 터졌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놀란 미국인들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알기를 바란다.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We’re going to be okay). 괜찮을 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의 충돌에 개입하고 있지 않고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파병은 없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나 “푸틴이 서진(西進)을 계속하기로 결정할 경우 나토 동맹을 방어할 것”이라며 “폴란드,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 육군, 공군과 함대를 전개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군사, 경제, 인도적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