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자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예상 밖에 고전 중인 것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침공 시간표’를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4일(현지 시각) 소개했다.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은 이날 게재된 ‘푸틴의 전쟁은 시(진핑) 최악의 악몽’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시 주석 최악의 악몽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시 주석은 전투 경험으로 다져진 러시아군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를 완패시키고 국제사회의 반응은 조용해질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싱글턴 연구원은 “푸틴이 전장에서 겪은 많은 차질들은 대만을 무력으로 쉽게 뺏을 수 있다는 중국 군사 기획가들의 어떤 낙관주의도 무효화할 수 있다”며 이것이 “베이징의 대만 침공 시간표를 어렵게 하는, 최근까지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가을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지어야 하는 시 주석이 단시일 내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애초에 낮았다면서도, “적어도 중국이 보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낙승을 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는 육로로 쉽게 병력을 보낼 수 있고, 2014년 크림반도까지 합병해서 작전 지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또 폴란드,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핀란드 같은 많은 유럽 국가가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서방의 대응을 무력화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의지”에 가로막혔고, “러시아의 행동을 옹호해주는 것은 북한, 시리아, 벨라루스 같은 소수의 실패한 국가들”뿐이란 것이다.

이런 현실은 아직 상대하기 버거운 미국을 의식하면서 바다를 사이에 둔 대만의 제한된 착륙 장소까지 병력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하는 중국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고 싱글턴은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질 수도 있는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베이징은 전쟁 이외의 모든 수단을 써서 대만을 장기적, 점진적으로 탈환하려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대만을 바로 침공하기보다 사이버 공격이나 다른 강압적 방법으로 대만인들의 사기를 꺾어 항복시키려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인정하는 국가들을 줄여나가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대만의 사이버 인프라와 방어 역량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