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경제의 주요 동맥을 타깃으로 해 러시아의 원유, 가스,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석유는 더 이상 미국 항구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미국인들은 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기계에 또 다른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푸틴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기 위해 취한 조치”라며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결집했고,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라고 했다.
그는 “이는 의회에서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는 움직임”이라며 “우리는 특히 유럽을 비롯해 세계 전역의 동맹·파트너국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 결정을 내렸다”라고 했다.
다만 독일 등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이번 금수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많은 동맹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합류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동맹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단결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미국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는 급등하는 유가 시장에 또 다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금수 조치는) 미국에서도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저는 처음부터 미국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것이라고 해왔다”며 “자유를 지키는 것은 비용이 들 것이고, 미국에서도 또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로 이날 미국의 유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173달러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보다 0.55달러, 한 달 전보다 0.72달러 각각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위기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내 전쟁을 석유업체들이 이익을 남길 기회로 봐서는 안 된다”며 “(석유) 업체들은 과도한 가격 인상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역사는 2022년 봄,여름의 인플레이션, 즉 휘발유 가격을 기억하는 것보다 자유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했거나 하지 않았는 지를 훨씬 더 잘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억제를 위해선 유가 상승 등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