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대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미 국민들도 국내 유가 급등으로 민생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5일 미국 내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캘리포니아주 LA의 주유소에 표기된 유류 가격표가 갤런당 7달러대 안팎을 돌파한 모습. /AFP 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에너지 제재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 각 주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현금으로 지원하는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유가가 모든 물가를 밀어올리자 주 정부 세수(稅收) 감소 등을 감수하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25일(현지 시각) 갤런(3.78L)당 4.24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한 달 전보다 20% 가까이 올랐다. 1년 전보다는 50% 폭등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 일부 지역에선 갤런당 8달러대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메릴랜드와 조지아, 플로리다주 등이 유류세 과세를 일시 중단했다. 뉴욕과 뉴저지,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미시간, 미네소타, 테네시주 등은 유류세 면제를 검토 중이다. 유류세 면제는 1~3개월 정도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 중 유류세 비중이 20% 안팎으로, 60% 정도인 한국에 비해 낮다.

일부 주는 유류세 인하분을 아예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차량 1대당 월 400달러의 유류세 보조금을 직접 지급한다. 소요 예산이 연 90억 달러(약 11조400억원)에 달한다. 메인주는 850달러까지 유류 보조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방 유류세를 낮추거나, 월 300달러 정도의 유류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의회에서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으로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민생 파탄을 일으켰다”는 공격을 받는 처지다.

이 같은 유류세 인하와 보조금 지급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 속에 돈을 더 푸는 조치에 경제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세수 부족으로 필수적 공공 투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정부가 유류 소비 자제를 유도하는 게 맞는다”며 “유류 수요를 키워놓으면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를 돕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유류세 인하가 사실상 ‘푸틴 보조금’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