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31일(현지 시각)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공급난 등으로 인해 급등하는 유가를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미국의 전략비축유에서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석유 방출 방침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전례가 없는 방출 규모’라며 공급량이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며 시장에 공급되는 기름이 줄었다”며 “생산 감소는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기적인 유가 안정을 위해 향후 6개월간 역대 최대 규모인 1일당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백악관도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한 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6개월간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석유를 전략비축유에서 추가로 시장에 내놓는 역사적인 최대 방출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3월 26일 폴란드 바르샤바 로열캐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AP통신 연합뉴스


백악관은 “이번 방출 규모는 전례가 없다. 세계는 이같은 기간 동안 하루 1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적이 없다”며 “이 기록적인 방출은 국내 (석유)생산이 증가하는 연말까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공급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 조치를 동맹 및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이 조치에 동참해 총 방출량이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내 원유 시추를 늘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석유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는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많은 기업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이윤을 올리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며 “현재 석유와 가스업계는 1천200만 에이커의 연방 부지를 깔고 앉아 생산은 하지 않고 있다. 생산 허가를 받고도 시작도 하지 않은 유전만 9000 개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임대한 땅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은 높은 과태료를 마주할 일이 없지만, 생산은 하지 않고 땅만 깔고 앉은 업체들은 생산을 할지 과태료를 내야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미국의 조치로 세계 석유 시장 상황을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 AFP통신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전세계의 석유 공급의 약 1% 정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유가를 안정시킬 정도의 공급 확대는 사우디 같은 주요 산유국의 증산 여부 등에 달려있다.

그럼에도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름값 상승 등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전략비축유 방출 방침을 밝히면서 백악관은 “미국인들은 푸틴의 가격 상승(Price Hike) 유발 때문에 유가 가격 상승을 겪고 있다”라고 했다. 현재의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이 미 국내 경제 정책이 아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촉발됐다는 시각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내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평균 4.23달러로, 1년 전보다 47%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