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서 패배해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한국에 요구한 바 있는데, 그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문 대통령이 분담금 증액 압박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었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영국 가디언은 5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줄리안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내가 연임했다면 한국은)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야 했다. 그러나 내가 대선에서 패배하며 문 대통령은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바이든의 승리로 이란, 중국, 한국 순서로 행복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젤리저 교수가 지난 4일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하는 데 대해 잠정적 합의에 이르렀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으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젤린저 교수는 당시 인터뷰를 회상하며 “이 이야기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억양을 따라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동맹 국가의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앞둔 2019년 여름에는 “50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언급하며 한국을 상대로 압박에 나섰다. 이는 2019년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액수였다.

2019년 9월 협상이 시작되자 미국은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한국은 ‘SMA 틀 내에서 인상’을 주장하며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협정 체결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은 2020년 4월 1일부터 두 달여간 한국인 노동자 4000여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단행했었다. 무급휴직 사태 직전 한국은 2020년 분담금을 2019년에서 13.6%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절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협상은 속전속결로 마무리 됐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1차 SMA 9차 회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2020년(1조389억)보다 13.9% 오른 1조1833억원으로 정했다. 13.9%는 작년 국방비 증가율 7.4%에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한 것이다. 또 앞으로 4년간은 매년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리기로 했다. 11차 SMA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적용된다.

한편 젤리저 교수는 다른 역사학자들과 함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기: 첫 역사적 평가’ (The Presidency of Donald Trump: A First Historical Assessment)를 출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 이후 “나와 나의 성공적인 행정부에 대해 터무니없이 많은 책을 쓰는 작가들과의 인터뷰는 시간 낭비인 것 같다”며 ”필자들은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자기들 의제에 맞춰 쓰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말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