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록적인 고유가를 잡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고 백악관이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환경 영향 때문에 여름철 판매를 금지한 고(高) 에탄올 함유 휘발유 거래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인데, 기존의 친환경 정책에서 계속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도 진보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아이오와주(州) 방문에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고 있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올 여름 에탄올 함유량을 15%로 올린 휘발유 판매를 허용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 바이오연료 공장을 방문해 이 같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오와는 에탄올의 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의 주생산지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가 더 강했던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휘발유는 에탄올 함유량이 10% 안팎이다.
이번 조치가 실행될 경우 미국인들은 오는 6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에탄올 함유량이 15%인 휘발유(E15)를 계속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미 행정부는 ‘E15가 더운 여름철에 사용될 경우 스모그를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고 있는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올 여름에만 해당 연료의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현재 30여개주의 2300여개 주유소에서 E15가 판매중이다. 이번 조치로 갤런당 10센트 가량 유가 억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질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E15를 사용하는 주들은 중서부와 남부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공화당 지지세가 우세한 지역이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전 아이오와 주지사였던 톰 빌삭 미 농무부 장관이 백악관 내 환경보호론자들과 몇 주간의 내부 논쟁을 벌인 끝에 나온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보다 8.5% 급등, 1981년 12월 이후 40년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글로벌 원유 공급난 우려 속에 에너지 물가가 전월보다 11%, 전년 동월 대비 32%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