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비공개 세션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발언을 시작하는 순간, 미국·영국·캐나다·유럽연합(EU)의 고위 당국자들이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뜻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러시아 측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회의장을 지켰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과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날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참여국 장관들이 순서대로 발언을 하던 가운데 차례가 돌아온 실루아노프 장관이 막 준비한 발언을 하려는 순간, 회의장에 있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이 갑자기 회의장에서 나가버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 앤드류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 등도 이들을 따라 퇴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고위 당국자들도 퇴장했다”고 전했다.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이후 트위터에 함께 퇴장한 이들이 회의장 밖에 모여있는 사진을 게재하고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러시아의 계속되는 침략과 전쟁 범죄 앞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러시아가 참석하는 일부 G20 회의를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화상 발언 동안 회의장을 지켰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퇴장은) 우리 논의를 방해하지 않고 이뤄졌다”며 “모든 회원국이 G20를 아주 중요한 포럼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이 G20의 역할이나 협력을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인도,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사우디 아라비아, 남아공, 터키 등도 G20 회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