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러시아 선박의 미국 입항을 금지하고 우크라이나에 1조원 규모의 추가 경제·무기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무기 가운데에는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은 ‘피닉스 고스트’ 전술 드론(무인기) 121기가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이 무기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맞춤용 제작한 것”이라면서도 자세한 제원에 대해선 함구했다.

미 육군과 해병대, 특수부대가 도입해 실전에도 활용한 자폭형 무인기 스위치 블레이드. 이번에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피닉스 고스트'에 대해선 제원이나 사진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에어로바이런먼트사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피닉스 고스트 드론에 대해 “우크라이나 요구에 맞춰 공군이 신속하게 개발한 전술 무인 정찰기”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방어할 수 있도록 전에 없던 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최신 드론은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스위치블레이드 드론(카미카제 드론)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이 드론은 목표물에 충돌한 후 쉽게 발사되고 폭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외에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위 관계자는 “(피닉스 고스트 드론 개발은)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 요구에 맞추고 적응한 좋은 예”라고 했다.

스위치블레이드는 발사된 뒤 원격 카메라로 목표물을 추적·확인하고 직접 충돌해 폭발하는 ‘자폭 드론’이다. ‘킬러 드론’이라고도 불린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자폭 공격에 빗대 ‘가미카제 드론’이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이 드론 100기를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아예 이를 개조한 드론을 또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스위치 블레이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스위치블레이드 300′과 차량 등을 공격하는 ‘스위치블레이드 600′ 두 종류가 있다. 스위치블레이드 300은 길이가 60㎝, 무게는 2.5㎏ 정도로 크기가 작다.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다. 비행 시간은 최대 15분, 반경 10㎞까지 날 수 있다. 스위치블레이드 600은 40분 이상, 반경 32㎞까지 작동 가능하다. 무게는 22㎏ 정도다.

이번에 미 공군이 개발한 피닉스 고스트도 목표물에 직접 충돌해 폭발하는 방식의 드론이다. 다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스위치블레이드와 비교해) 피닉스 고스트의 능력 범위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 능력에 대해 더 이상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러시아를 의식해 주요 기능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이 스위치블레이드에 이어 개조용 드론을 추가 보유하게 될 경우 러시아군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 등은 “국방부 관계자들은 공군이 얼마나 빨리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며 “다만 우크라이나가 직접 요구 사항을 전달했고 이에 맞춰서 드론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어떤 요구 사항을 미국에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