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담배가게 진열대. FDA는 미국 내 멘솔 담배 등 가향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8일(현지 시각) “중독성이 강한 멘솔 담배를 포함한 모든 가향(加香) 담배 판매를 중단하는 계획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FDA와 보건복지부 등은 단계적 판매 제한과 계도 기간 등을 거쳐 2024년 이후 전면 판매 금지에 돌입한다.

멘솔 담배 등 가향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높고 끊기도 더 힘들어 유해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유럽연합과 캐나다에선 각각 2020년, 2017년부터 멘솔 담배 판매가 금지됐는데 미국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국내에선 아직 관련 규제가 전무하다.

멘솔 담배는 담배에 인공 박하향을 넣은 것으로, 담배의 쓴맛을 감추고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높여 청소년과 여성 등의 흡연 장벽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하향 감미료는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니코틴 의존을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외에도 각종 과일·초콜릿맛 등의 가향 담배는 각종 합성 첨가물이 발암 물질을 더 많이 만들고, 니코틴이 폐에 깊숙이 흡수된다고 한다.

각국서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지는 데는 담배에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가향 담배의 확산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20년 경기도의 한 주택가에서 남녀 고교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조선일보 DB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에선 멘솔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백인 흡연자의 29%, 흑인 흡연자의 85%로 멘솔 담배 규제가 인종 문제로도 인식돼 왔다. 폐암 발병률도 인종 중 흑인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흑인 단체들이 멘솔 담배 퇴출 운동을 주도해온 반면, 멘솔 담배를 흡연하는 흑인들은 “왜 내 기호품을 빼앗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FDA는 2013년부터 멘솔 담배 규제를 추진했지만, 담배 회사들과 미 담배 주요 생산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정치인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전자담배 생산업체가 청소년을 겨냥한 멘솔 제품을 출시하자 백인 부모들도 규제에 찬성하고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멘솔 담배의 미국 내 연 매출은 200억 달러로, 최근 10여 년간 급성장해 현재 미 담배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부터 멘솔 담배를 금지한 캐나다의 경우, 이후 130만여 명이 담배를 끊고 수십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했다는 통계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담배 판매량 중 가향 담배 비율은 2018년 30.8%에서 2020년 38.4%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