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주장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가 과거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를 주장해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었지만, 이번엔 당시 트럼프를 보좌했던 전직 국방장관이 직접 제기한 것이다.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은 곧 출간될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것 중 일부는 기이했다”며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 또는 아프리카에서 모든 미군과 외교인력 철수 같은 것이었다”라고 폭로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19년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각종 국방 정책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2020년 말 대선 직후 경질됐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뉴저지주 골프 클럽에서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안보보좌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등과 함께 외교안보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왜 우리는 폴란드에 그리 많은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불평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전했다.
트럼프는 또 “독일의 방위비 분담이 공정하지 않다”며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 및 재정 지원에 관해 물어본 사실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관점에서 독일은 미국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나라이고,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있어 대(對)러시아 완충지대(bumper)였다. 그랬기에 트럼프는 메르켈 총리에게 ‘독일은 누구보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왜 우리가 이런 부질없는 안보 지원을 그들에게 해야 하나”고 불평했고, 에스퍼 전 장관은 ‘러시아의 침략 억제, 미국 파트너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러시아에 보여주는 것, 민주주의 지원’ 등의 이유를 대면서 그를 설득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워싱턴에서 탈레반과 회담하고 싶다”라고 해 참모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가니 대통령을 먼저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라며 탈레반과의 협상을 막으려고 노력했다고 에스퍼는 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여전히 작전 수행을 위해 아프간에 우리 군인들을 파견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차를 마시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했다”고 했다.
이런 트럼프의 기이한 제안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차량 테러를 저질렀고 결국 회담은 물 건너갔다고 한다. 에스퍼는 “이런 일 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