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첫 아시아 순방 직후이자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국을 잇따라 방문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이 대중 견제 수위를 더 끌어올리면서 양국간 패권 대결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이를 위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며 “중국의 비전은 지난 75년간 세계의 많은 진보를 지속한 보편적 가치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 질서의 기초가 심각하고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전쟁이 계속되지만 우리는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도전에 집중할 것이며, 그것은 바로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 하에서 집권 중국 공산당은 자국에서는 더욱 탄압적으로, 외국에는 더욱 공격적으로 되고 있다”며 “중국이 스스로 궤도를 수정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질서를 위한 비전 실현을 위해 베이징 주변의 전략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장 지역 민족·종교 소수자 탄압 등이 유엔 헌장 핵심을 위반한다”며 “우리는 중국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와 안보, 인간의 존엄성을 지지하기 위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인권·민주주의 등의 가치로 동맹국들 규합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DC로 초청해 특별정상회의를 가졌다. 이어 지난 20∼24일 한일 순방 등을 통해 대중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동한 상태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10년이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 키워드는 ‘투자, 공조, 경쟁’”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경쟁력·혁신·민주주의에 투자하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 두 가지를 활용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갈등이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피하려고 한다”며 “중국의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차단하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투자하고 제휴하고 경쟁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우리의 관심사가 겹치는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세계를 위해 우리의 협력을 요하는 우선순위에서 더 나아가는 일에 있어 불일치가 우리를 분열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우리는 양쪽(중국과 대만)에 의한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에도 반대하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양안의 이견이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3일 일본에서 미·일 정상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전략적 모호성’을 깬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고 변한 것이 없다”며 “변한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니라 점점 대만에 강압적인 중국”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과 다른 나라의 관계 차단, 국제기구 참여 봉쇄, 대만해협의 군사적 행동 등을 취했다”며 “이런 말과 행동은 지역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하고 무력과 억압에 저항할 능력을 갖추도록 대만 지원 약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활동에 계속 반대할 것”이라며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계속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날 국무부에 중국에 대응하는 정책을 조정하고 이행하는 총괄 팀인 ‘차이나 하우스’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당초 지난 5일 이 연설을 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로 연설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