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1·6 조사위원회는 9일(현지 시각) 첫 공개 청문회를 열어 작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사상자를 낸 데 대한 트럼프의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했다.
조사위 의장인 베니 톰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군중이 의회까지 행진해 가서 미국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도록 부추겼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이 음모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막으려 폭력적인 지지자들을 워싱턴DC에 집결시킨 뒤 의회 쪽으로 가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작년 7월 민주당 주도로 구성된 1·6 조사위원회는 11개월간 약 1000건의 인터뷰를 하고 약 14만 건의 서류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여러 단계의 음모”에 의해 발생한 “쿠데타 미수(attempted coup)”라고 규정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트럼프의 과오를 부각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는데, 주요 방송사들은 프라임타임인 미 동부 시각 저녁 8시부터 2시간 남짓 이어진 청문회를 생중계했다.
공화당 내의 ‘트럼프 저격수’였던 조사위 부의장 리즈 체니 하원의원은 “(지난해) 1월 6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권력을 이양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저버리고 2020년 선거의 합법적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대통령직을 유지하려고 의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위한 “정교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CNN은 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폭력 시위대를 워싱턴DC에 집결시켜 의회 행진을 조장하는 것’이 그 계획 중 일부였다고 보도했다.
체니 의원은 또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이 ‘마이크 펜스를 목매달아라’고 외치는 것을 알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지지자들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마이크 펜스는 그래도 싸다(deserves it)’고 반응했다”고 말했다. 대선 불복에 협조하지 않은 펜스 전 부통령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폭도들에게 동조했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증언 영상과 난입 사태 당시 영상 등도 청문회 석상에서 공개했다. 1·6 사태 당시 미국 법무장관이었던 빌 바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거 부정 주장은 “헛소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는 선거 부정이 없다는 바 당시 법무장관의 설명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극단주의 단체인 ‘오스키퍼스’와 ‘프라우드 보이스’가 의사당에 난입할 준비를 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당시 폭도들과 대치하다가 머리를 크게 다친 의회경찰 캐럴라인 에드워즈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내가 본 것은 전쟁 장면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경찰관들이 피를 흘리고 구토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피 위로 미끄러졌다. 그것은 대학살(carnage)이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