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 참모들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몇 달간 노력했지만, 물가를 억제하기 못하자 백악관 내부에서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는 “점점 더 커지는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들을 소모시키고 있다”며 “바이든의 국내 정치적 의제, 국제 외교에서의 우선 순위와 함께 민주당의 정치적 전망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아이오와주(州) 바이오연료 공장을 방문해 에탄올 함유량이 15%로 높은 고(高)에탄올 휘발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한 대책이었지만, 고에탄올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극히 일부에 불과해 당시 현지 언론들은 “실질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었다.
당시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오 연료가 (유가를 잡는데) 곧바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WP는 내부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사석에서 이 정책이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며 “아이오와를 방문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참모들에게 의문을 제기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를 잡기 위한 이 정책이 기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는 바이든 행정부이지만, 치솟는 유가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톰 빌색 농무부장관이 “적어도 일부 지역에선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설득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일정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그는 백악관으로 돌아와 론 클레인 비서실장 등 최고위 참모들을 불러 “이번 행사의 정확한 목적이 뭐냐”며 질문을 퍼부었다고 한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 문제와 관련해) 점점 더 화를 내고 있다”고 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점점 더 결론짓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그들은 적어도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메시지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낮은 실업률 등 일부 긍정적인 경제 지표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인들이 생활 용품 가격 상승과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주장은 반향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엔 대국민 연설에서 “모든 이들이 엑손(모빌)의 이윤을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특정 기업을 콕 집어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말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격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불안을 잘 알고 있다. 나는 휘발유 가격이 급상승하던 시기에 자랐고, 이 문제가 항상 식탁에서 논의됐다”고 했다. 이를 두고 WP는 “인플레이션 책임을 대기업, 공화당, 러시아 등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다만 이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