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대인 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2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최근 러시아가 대인지뢰를 포함한 폭발물을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한 조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미국은 오타와 협약에 따라 대인 지뢰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했다. 오타와 협약은 대인 지뢰의 사용과 생산, 비축을 금지한 협약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비롯해 160여개국이 가입해 있다. 다만 미국은 오타와 협약 가입국이 아니고, 한국과 중국, 북한도 마찬가지다.
백악관은 “미국은 지뢰를 생산하거나 사용, 비축하지 않으며, 한반도 방위 목적 이외에는 오타와 협약에 반하는 어떤 행위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뢰 탐지나 제거 등 목적 이외에는 지뢰를 수출하거나 이동하지 않으며, 한반도 방위에 필요하지 않은 지뢰는 파괴할 방침”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충분한 정책 검토 끝에 전세계 대부분 국가가 동참하고 있는 대인지뢰 제한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이는 대인지뢰가 어린이를 포함해 시민에게 무고한 영향을 미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믿음을 반영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한국에 있는 지뢰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한반도의 특수성과 한국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따라 현시점에서 한반도의 대인지뢰 정책은 유지한다. 대인지뢰를 대체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서도, 동맹 한국의 안보는 최우선 고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안보회의(NSC)도 별도 성명을 내고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다시 한번 대인지뢰의 끔찍한 영향을 목격했다. 미국은 1993년 이래 재래식 무기 제거를 위해 100여개 나라에 42억달러를 지원했다”라고 했다.
국무부는 이날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동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러시아군이 대인지뢰를 포함한 폭발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무수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300만개의 대인지뢰를 비축하고 있으며,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건을 제외하고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마지막으로 대인지뢰를 사용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대인 지뢰 등 국제조약에 위배되는 재래 무기를 사용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2014년 9월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겠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내놨었다. 다만 당시에도 ‘한반도 예외 정책’을 이유로 오타와 협약에는 가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