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한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급증하고 저축액이 줄면서 미국 서민과 중산층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맞물려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서 경기 침체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월급을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하고 모두 생활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매체 CNBC는 27일(현지 시각) 개인 간 금융 대출 회사 렌딩클럽의 5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오르면서 1981년 이래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았다. 반면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을 대입한 근로자 실질임금은 3.0% 줄었다. 산업 전 분야로 구인난이 확산하고 기업들이 급여와 복지를 확대하며 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 포브스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3명 중 2명(67%)이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을 허물고 있다”고 답했다. 저축액을 빼서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답변은 26~41세 연령대에서 79%로 가장 높았다. 18~25세에선 72%였다. 반면 70대 이상은 이 비율이 30%대로 낮았다. 주택을 소유한 기성세대와 달리, 주택 소유율이 낮은 젊은 층이 최근 급증한 주택 임차비(렌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소비자 금융 정보 제공업체 뱅크레이트의 설문 조사(1025명 대상)에서도 응답자 58%가 “가계 비상 자금이 부족해 걱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2020년 44%, 지난해 48%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응답자 75%는 “향후 3개월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정도의 저축액조차 없다”고 답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엔 미국인 저축액이 중산층과 고소득층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 지원금으로 수입이 늘었지만, 경제 봉쇄로 소비가 위축되고 유가 등 물가 전반이 하락 또는 정체되면서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와 침체 위기에 부닥치면서 서민층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 정책연구원(IPS)은 27일 주요 기업 임원과 일반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다고 밝혔다. 2021년 기준 3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급 임원 평균 연봉은 1060만달러(약 136억원)로 전년보다 31% 늘었지만, 직원 연봉은 2만3968달러(약 3079만원)로 같은 기간 17% 증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