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6·25전쟁의 재현(redux)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 잉게 베케볼 노르웨이 국방연구원 연구원은 28일(현지 시각) FP 기고 글에서 “역사상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가장 유사한 분쟁은 무엇인가. 해답은 의심의 여지 없이 6·25전쟁”이라며 “전쟁의 기원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쟁이며, 이 전쟁간 유사점 및 차이점들은 미래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이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양극화된 냉전 구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고, 냉전의 규칙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줬다”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지정학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전쟁에서 서방의 주요 적수는 베이징이 아닌 모스크바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전쟁은 미·중 경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6·25 전쟁때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에 맞서 중·러가 한 축을 이뤘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국 및 동맹국들이 한축을, 다른 한편에서 중·러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베케볼 연구원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를 증가시킨다”며 “중국은 러시아의 1위 교역국이고, 중국은 현재 어느 나라보다 많은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또 새로 건설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 수송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러시아로 바뀌었다. 중국의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전월 대비 28% 증가했다.
또 “이번 전쟁으로 중국을 ‘잠재적 안보 위협’으로 보는 유럽인들의 굳은 시각을 더 확고히 한다”고 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베케볼 연구원은 유럽에서 화웨이 등 중국 통신 회사들을 5G(세대) 인프라 구축에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유럽이 탈(脫)중국화에 나서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회원국으로 있는 NATO가 단결하는 것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지정학적 재편 양상”며 “유럽과 미국간 불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지난 몇 년간 커졌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 같은 현상을 역전시켰다”고도 했다.
베케볼 연구원은 “6·25 전쟁을 통해 미국은 한때 주변 지역으로만 생각했던 한국과 주변 지역을 필수 지역으로 여기게 됐고,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소련의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한 방어전략을 시행했다”며 “또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재래식·핵 전력을 증강하면서 모스크바와의 군비 경쟁에 주력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미·소 냉전은 두 축이 매우 양극단을 달렸지만 비교적 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러나 미·중 경쟁은 두 나라간 양극화는 덜 할 수 있지만 덜 안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 근거로 그는 “육지에 초점을 맞춘 냉전과는 대조적으로, 미·중 경쟁의 주요 전구(戰區)는 바다가 될 것”이라며 “광활한 인도·태평양 지역은 잠재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 될 것이다. 해양의 지휘권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바다에서의 사건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섬 국가, 해군 기지, 그리고 그 지역의 파트너들을 두고 벌어지는 미·중간 영향력 다툼으로 바다에서 제한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