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미국 델라웨어주의 신탁 ‘헤리티지 트러스트’에 숨겨져 있던 러시아 올리가르히(과두재벌) 술레이만 아부사이도비치 케리모프의 자산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동결했다고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동결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자산 중 가장 큰 규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케리모프는 러시아 최대 금 채굴업체 ‘폴류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상원의원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과 관련해 지난 2018년 4월부터 미국 제재를 받아왔다. 이후 케리모프는 “불투명한 법적 장치들과 유령회사들을 이용한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한 채 자산을 은닉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OFAC에 따르면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2017년 7월 케리모프의 미국 내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한다. 신탁의 공식적 수혜자는 케리모프의 조카인 루슬란 가드지예비치 가드지예프라고 한다. 러시아 하원의원인 가드지예프는 올 3월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다. OFAC은 헤리티지 트러스트 측에 자산 동결 통지를 했으며, 이로서 케리모프나 가드지예프가 더 이상 이 자산에 접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러시아 엘리트들이 대리인과 복잡한 법적 장치 뒤에 숨어 있더라도, 재무부는 폭넓은 집행 권한 등을 이용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적극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남태평양 피지에 요청해 피지 수역을 지나던 케리모프의 호화요트 ‘아마데아’를 압류하게 한 뒤 인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