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특수전사령부 장병들은 지난달 14일부터 미 캘리포니아주(州) 모하비 사막의 대규모 야외 훈련장인 포트어윈 국립훈련센터(NTC)에서 연합 훈련을 진행 중이다.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 작전’ 등을 수행하는 한·미 특수전부대 대원들이 미 현지에서 함께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우리 군은 8일 밝혔다.

한국 특전사에서는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 목적으로 창설된 13특임여단 70여 명을 포함한 병력이 파견됐다. 한·미 특전사 장병들은 약 한 달간의 훈련 기간 동안 후방 침투, 적 핵심 기지 타격 임무를 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군 안팎에선 “양국 특전사가 미 NTC에서 처음으로 실기동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에 보내는 강력한 공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E. 마틴 주한미특전사령관. 미 국방부는 작년 6월 공군 소속 마틴 소장을 임명하면서 준장 보직 특전사령부 지휘관 자리를 소장으로 격상시켰다. /미 공군

이번 훈련을 최전선에서 지휘하고 있는 마이클 E 마틴 주한미군 특전사령관(소장)은 6일(현지 시각) NTC에서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날 “이번 훈련에서 한·미는 (북한 등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작전상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전념했다”며 “평소에 땀을 많이 흘릴수록 전쟁에서 피를 덜 흘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과 북한은 (여전히) 휴전 상태에 있다.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작전 대비 태세를 갖추는 유일한 방법은 (양국 군 능력을) 최고 수준에서 시험하는 것”이라며 “한·미 동맹과 함께 우리의 대비 태세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작년 6월 마틴 공군 소장을 임명함으로써 그동안 준장이 맡아오던 특전사령부 지휘관을 소장으로 격상 시켰다.

-북한을 ‘적’으로 설정해놓고 훈련했나.

“이번 훈련은 누구를 도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말하겠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 상태다.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모든 것은 남한을 방어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작전상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작전 대비 태세를 갖추는 유일한 방법은 (양군의 능력을) 최고 수준에서 시험하는 것이다. 이번 훈련은 군 지휘관과 특수부대원들이 행동, 반응, 반작용 등 실제 상황에서의 훈련을 통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해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평화를 얻을수록 전쟁에서 피를 덜 흘린다. 한·미 동맹과 함께 우리의 대비 태세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 훈련)보다 야외 실기동 훈련이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의 훈련은 특정 작전을 좀 더 유연하고 민첩하게 가동할 수 있도록 해 (작전 전개 중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잠재적으로 낮추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결국 그 시뮬레이션은 실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예로 시뮬레이션에서의 사격과 실제 현상에서의 사격은 다르다. 실제 현장에서는 땅에서 나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고, 이는 부대원들의 시야 및 사격 능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뮬레이션은 쉽다. 실수를 하면 다시 되돌려서 연습하면 되지만, 실제 훈련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실제 훈련을 통해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실기동 훈련은 4년 가까이 중단됐었다. 이 때문에 “야외 기동훈련 없는 컴퓨터 게임 훈련으로는 연합 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잇따라 나왔었다.

“(문 정부 당시) 민간 정부의 일은 그들이 결정할 문제이고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며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는 실제 훈련을 할 기회를 갖게 됐다. 우리는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이라는) 기회를 잘 포착해 한반도 방위 태세를 강화할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위협적으로 변했나?

“그들은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들은 여전히 (핵개발 능력에) 진보하고 있고, 배우고 있다. 우리가 훈련을 통해 학습하는 것처럼 그들도 (실험을 통해) 진보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에도 불구하고 북핵 및 미사일 능력은 계속 진전돼 왔다. 한·미는 어떻게 대북 확장 억지력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나?

“지난 몇 달 동안 (B-1B 전략폭격기, F-35A스텔스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미 군이 연합 훈련을 통해 공중, 지상, 사이버상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양국의 실전 훈련을 통해 민첩성과 실전에 대한 이해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

-현역 미군 지휘관이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국민들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에게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를 위한 철통같은(ironclad) 약속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알리고 싶다. 우리(미군)가 한·미 동맹을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한국 군과 함께 한반도 방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